소나기 4. 코피(鼻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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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부터 좀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次の日から もう少し遅く小川のほとりに出てきた。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다.

少女の影が見えなかった。

다행이었다.

幸いだった。(ほっとした。)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しかし 可笑しなことだった。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잡는 것이었다.

少女の影が見えない日が続くほど 少年の心の片隅にはどこか寂しさが住み着いているのだった。

주머니 속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ポケットの中の小石を触る癖がついた。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전에 소녀가 앉아 물장난을 하던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보았다.

  そんなある日、少年は以前に少女が座って水遊びをしていた飛び石の真ん中に座ってみた。

물 속에 손을 잠갔다.

水の中に手を浸けた。

세수를 하였다.

顔を洗った。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水の中を覗いてみた。

검게 탄 얼굴이 그대로 비치었다.

黒く日焼けした顔がそのまま映った。

싫었다.

嫌だった。

  소년은 두 손으로 물 속의 얼굴을 움키었다.

  少年は両手で水の中の顔を掴んだ。

몇 번이고 움키었다.

何度も掴んだ。

그러다가 깜짝 놀라 일어서고 말았다.

そうこうするうちにびっくりして立ち上がってしまった。

소녀가 이리 건너오고 있지 않느냐.

少女がこちらに渡ってくるではないか。

  숨어서 내 하는 꼴을 엿보고 있었구나.

  隠れて 僕の様子をこっそり見ていたんだな。

소년은 달리기 시작했다.

少年は走りはじめた。

디딤돌을 헛집었다.

飛び石を踏みそこねた。

한 발이 물 속에 빠졌다.

片足が水の中に落ちた。

더 달렸다.

また走った。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

  体を隠くすところがあったら良いのに。

이쪽 길에는 갈밭도 없다.

こちらの道にはアシ原もない。

메밀밭이다.

蕎麦畑だ。

전에 없이 메밀꽃 내가 짜릿하니 코를 찌른다고 생각됐다.

いつになくソバの花のにおいがピリッと鼻をさすと思われた。(鼻をさすように感じた。)

미간이 아찔했다.

眉間がくらっとした。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들었다.

しょっぱい液体が唇に流れ落ちた。(液体が口に入ってきた。)

코피였다.

鼻血だった。

소년은 한 손으로 코피를 훔쳐 내면서 그냥 달렸다.

少年は片手で鼻血を拭きとりながらただ走った。

어디선가, 바보, 바보, 하는 소리가 자꾸만 뒤따라오는 것 같았다.

どこからか、バカ、バカ、という声が 何度も何度も後について来るようだった。